다투타
사람들은 바람을 쐬기 위해 소총 개머리판 으로 나무
그렇게 해서 인만은 쓰레기통 같은 야전병원을 거쳐 발 디딜 틈없이 부상병들로 가득 찬 화물
열차에 실려 남쪽 고향을 향한 끔찍스러운 여정을 계속하는 동안, 어차피 자신은 살기 어렵다는
전우들과 의사들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거라곤 더위와 피비린내 그리고 대부분 설사에 걸린 부상병들이 쏟아
낸 배설물 냄새밖에 없었다. 그나마 기운이 남아 있던 사람들은 바람을 쐬기 위해 소총 개머리판
으로 나무 화차 옆쪽에 구멍을 내고는 대바구니에 갇힌 채 머리만 내민 닭처럼 밖으로 고개를 내
밀곤 했다.
병원 의사들은 그를 보며 더 이상 어떤 치료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어쩌면 살 수도 있을 것이
고 죽을 수도 있다면서... 그리고 그에게 회색 헝겊 누더기와 작은 대야 하나를 내주면서 상처를
직접 씻어 내라고 했다.
처음 몇일 동안 인만은 의식이 돌아올 때마다 대야의 물이 완전히 핏빛으로 변할 때까지 헝겊
으로 목의 상처를 닦아 냈다. 하지만 인만의 이런 노력보다는 상처자체가 자정 작업을 했다는 표
현이 맞을 것이다.
딱지가 앉기 전 목의 환부에서 여러 가지 것들이 나왔다. 옷깃단추, 부상 당시 입고 있었던 셔
츠의 울로 만들어진 옷깃 조각, 동전만한 크기의 연회색 금속 파편,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복
숭아 씨 비슷한 덩어리... ,
인만은 마지막으로 물체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며칠 동안 곰곰이 관찰했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신체의 일부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결국 창 밖으로 내던졌는데 그후
인만은 그 덩어리가 재크의 콩나무처럼 땅에 뿌리를 내리고 끔찍한 괴물로 자라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인만의 목은 마침내 회복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주 동안은 고개를 돌릴 수도 책
을 읽을 수도 없었다. 인만은 침대에 누운 채 창 밖으로 매일 맹인을 지켜봤다. 그 맹인은 항상
동이 틀 무렵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처럼 능숙하게 수레를 밀며 나타나곤 했다. 그리고는 길 건
너편 참나무 밑에 동그랗게 돌을 쌓아 놓고 불을 지핀 뒤 쇠냄비에다 땅콩을 삶았다. 벽돌 담벼
락에 등을 기댄 채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그의 수레까지 걸어올 수 있는 환자들에게 땅콩과
신문을 팔았다. 손님이 없을 때면 무릎 위에 양손을 얹고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렇게 앉아 있
는 모습은 마치 인형 같았다.
그해 여름 인만의 눈에 비친 세상은 창문 틀을 액자삼아 끼워놓은 그림이나 다름없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길 담벼락 나무 손수레 맹인이 그려진 그낡은 그림에 변화가 생기곤 했다.
인만은 이 그림에 뭔가 중요한 변화가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머릿속으로 천천
히 숫자를 세어 본 적이 몇번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게임 같은 것이었고 나름대로의 규칙도 있
었다.
날아가는 새가 그 그림에 끼어드는 것은 변화로 치지 않았다. 사람이 길을 걸어 가는 것은 변
화로 인정했다. 태양이 얼굴을 내민 다든지 상쾌한 비가 내린다든지 하는 날씨의 변화는 변화로
인정했지만 지나가는 구름 때문에 생기는 그늘은 변화로 인정하지 않았다.
몇천까지 세고 난 뒤에야 그림에 겨우 변화라고 인정하 수 있을 만한 움직임이 보이는 날이 있
었다. 인만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분명히 이 장면 "담벼락 맹인 나무 수레 길 " 은 머릿
속에서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이 되어 이 장면을 떠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이 장면은 한데 어울려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듯했지만 인만은 그 의미를 알수가
없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인만이 삶은 귀리와 버트로 아침 식사를 시작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나 다를까 맹인
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제법 무거운 수레를 미느라 그의 등은 굽어 있었고 굴러가
는 수레 바퀴 밑으로 흙먼지가 일어나고 있었다. 맹인이 불을 지피고 땅콩을 삶기 시작하자 인
만은 창틀에 접시를 내려놓은 채 밖으로 나가 늙은이처럼 다리를 질질 끌면서 앞뜰을 가로질러갔
다.
맹인의 체격이 단단하고 반듯했으며 면도칼을 가는 가죽 숫돌 만큼이나 넓은 가죽 허리띠로 바
지를 단단히 졸라맨 차림새였다. 햇살이 따가운 날 이었는데도 모자를 쓰지 않았고 삐죽삐죽 깎
은 머리카락은 회색인데다 긁으면 대마로 만든 빗처럼 뻣뻣했다.
그 맹인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다가 인만이 다가가자 앞이 보이는 사람처럼
머리를 들었다. 하지만 눈꺼풀은 축처져 생기가 없었고, 안구가 있어야 할 자리는 쭈굴쭈글하게
푹 꺼져 있었다.
인만이 인사도 건네지 않은 체 다짜고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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